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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럼> 무슨 재미로 사십니까?
 장택상  83
 2019/09/04 10:09:52  220.82.219.***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어제 동네 어르신의 재촉을 받고서야 겨우 무씨를 뿌렸습니다. 텃밭이래야 너 댓 두렁이지만 잡초를 거둬내기가 싫어서 미룬 것이 벌써 열흘도 넘었습니다. 무도 씨를 뿌렸다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을 자주 주지 않으면 무 잎사귀가 질겨서 김치를 담을 수가 없습니다. 쪽파도 단단하게 여문 것을 심어야지 쭉정이처럼 덜 여문 종자를 심으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투자한 시간과 품이 아깝습니다. 가지나 오이, 토마토도 자주 드려다 봐줘야 합니다. 어찌나 많이 열리는지 며칠만 지나도 쇠거나 익어서 쳐져 버립니다. 아무리 비닐을 깔고 구멍을 내서 채소를 심었어도 그 틈새로 잡초들이 비집고 나서 그 때마다 뽑아주지 않으면 잡초 밭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무심코 길을 가다가도 뉘 집 밭에 잘 가꿔진 농작물을 보면, 그 밭의 주인이 누구던가 하며, 새삼스럽게 존경심이 우러나기도 합니다.

시골에 살면서 소소한 일들에 관심을 갖다보니,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라는, 공자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이었을까?’하고, 궁금해졌습니다. 애써 서가를 뒤져 봤습니다. 몇 종류가 더 있겠지만, 두 권의 책을 찾아냈습니다. 김도련(金都鍊 1933-2012)과 제임스 레게(James Legge 1815-1897)가 쓴 책들 입니다. 김교수님이 역주한 ‘논어’ 책갈피에는 신문 기사를 오려 놓은 것이 끼어 있었습니다. 경향신문 황경상 기자가 쓴 ‘초졸 학력 한문학 대가 김도련 교수 별세’이라는 기사였습니다. 김교수님은 우리고장 완주군 고산면 출신이셨답니다. 요즘 많은 글을 쓰고 계시는 한양대학교 정민 교수님이 묘갈명을 쓰셨다는데, 김교수님의 제자랍니다. ‘제임스 레게’는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마리를 엘 보우만(Marilyn L. Bowman 1937-2018)이 2016년에 출간 한 방대한 분량의 레게평전이 있습니다.

우리는, 크든 작든, 사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옛날, 지금은 폐간 되었지만, 한글판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월간 잡지가 있었습니다. 기사 가운데 아파트에 혼자 사시는 할머님 얘기가 사진과 함께 나왔습니다. 할머님은 조그만 화분에 강낭콩을 키우셨습니다. 어디에 계시든 늘 강낭콩 화분을 가깝게 두셨습니다. 공원에 나가실 때도 들고 가셔서 강낭콩화분을 양지쪽에 놓고 벤치에 앉아 뜨개질을 하셨습니다. 강낭콩을 심는 모습에서 시작해서 강낭콩을 수확하여 다시 화분에 강낭콩을 심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렇게 시간을 압축하여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영화 같으면 불가능할 텐데, 사진이니까 가능하구나, 하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키운다고 합니다. 어여쁘다고 할 때는 좋은데, 헤어지는 모습들은 각양각색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인지,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물끄러미 바라다 봐 집니다.

책 읽은 재미가 있습니다. ‘논어’의 예를 들면, 여러 사람들의 해석을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묘한 재미가 있습니다. 김도련 교수님도 ‘주자(朱子)’가 하셨던 해석을 새롭게 바꿔봤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책 내용을 살펴보니 대부분은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주석을 바탕으로 본인의 생각을 좀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한문은 뜻을 다양하게 해석될 수가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 읽느냐는 깊은 지식과 통찰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일의적인 의미로 영어로 번역한 스코틀랜드 출신인 ‘제임스 레게’의 높은 학문적인 성취와 혜안은 정말 놀라운 것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제임스 레게는 거의 평생을 중국에서 선교사로 지내다가 58세(1873년)에 영국으로 돌아가서 61세(1876년)에 옥스퍼드 대학교에 중국어과를 설립하고, 82세(1897년)로 작고할 때까지 그의 평생을 걸쳐서 4서3경을 비롯한 수많은 중국고전을 영어로 번역했습니다.

공자님은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소위, ‘군자삼락(君子三樂)’입니다.
//학이시습지 불역설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Is it not pleasant to learn with a constant perseverance and application?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Is it not delightful to have friends coming from distant quarters?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Is he not a man of complete virtue, who feels no discomposure though men may take no note of him?//
제임스 레게는 본문은 직역에 가깝도록 간결하게 번역을 했지만, 한문 글자 글자마다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그 설명들을 읽어보면 얼마나 한문에 해박했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일관계가 심각합니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국민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들도 이미 알고 있었을 불합리적인 내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재촉하는 성화에 못 이겨 양보를 거듭한 끝에 체결했었던 ‘1965년 한일협정’이 오늘날 결국 문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식민지 시대의 강제 징용자들에 대하여 그 당시 일본 기업체들이 배상해야 된다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조약에 어긋난 것이 문제라는 이들도 있지만, 애초부터 일본이 재무장을 하기 위한 술수라는 얘기가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미국이 일본의 재무장을 부추기고 있고 그 과정에서 편파적으로 한국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더욱 그렇게 보입니다. 그야말로,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 그대로입니다. 레게는 영어로 이렇게 번역을 했었습니다.
“If a man take no thought about what is distant, he will find sorrow near at hand."
*위 글은 월간 '시사전북' 9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장택상/수학과 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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